허탈
석정헌
비오는 겨울밤
하늘은 불기없는 대지를
차갑게 삶고있다
역시나 그리운 얼굴들 몇몇은
보이지 않고
미안함에 한 사과에도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힘들어 그만둔다는 무책임의 극치
비 맞은 찬머리에는
뻗치는 열기로 식은 김이 오르고
어떤 구원이 있는지
약간은 오른 취기의 한 인간
얼토당토 않은 시비에
무시할려고 쳐다보지도 않고
앞에 놓인 갈비만 씹다가
입안에서 뱅뱅돌던 고기
아무도 모르게 밷어내고
참지 못하고 입밖으로 내민 욕설
부끄러움에 일어나
힘껏 밀어부친 문
바깥은 아직도 구질구질 비는 내리고
올려다본 하늘
얼굴에 떨어지는 빗방울에
감기는 눈
허탈함에 돌아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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