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봄이
석정헌
겨울을 집어삼킨 봄은
아직도 목을 넘기지 못하고
잇몸으로 우물 거리고 있다
파도에 씻긴 가장자리
물속으로 발을 담근 나무
무너져 내리는 땅 쪽으로 몸을 눕힌다
허기진 저녁 으스름 속을
서서히 다가와 붉게 그을린 하늘
눈 앞은 아직도 시리고 맵다
하늘을 끌어 당기는 눅눅한 공기
어둠을 재촉하고
봄의 소리 사방에서 요란하다
생을 뱉어내며 핀 꽃은
요염한 소리에 악을 쓰고 떨어진 꽃잎
달빛 조차 노랗게 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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