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
석정헌
아직도 사방은
목덜미 시린 잔잔한 겨울
목련 꽃잎 움트는 아래
배꽃은 가지를 축이고
검은 벨벳 위에 놓인
아라비아의 보검 같은
새벽 하늘의 초승달
보석보다 아름답다
공기는 휘어질 듯 상쾌한데
누군가에 등 떠밀리 듯이
기쁨과 슬픔이 엇갈린
멀리 가 놓쳐버린 세월
그에 묻어 떠난 그대
짙은 그리움 가슴에 숨기고
멍하니 어두운 하늘만 쳐다 본다
계절은 은근슬쩍 봄의 문턱인데
날깬 하늘
눈물이 나도록 푸르고
발 밑에는 상사화 겨울을 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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