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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녘/박정원

이한기2024.02.15 10:15조회 수 35추천 수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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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물녘

 

박정원

 

아름다워라, 상큼한 낙엽내음도 

수미산으로 퇴근하는 새소리도 

나를 에워싼 어둠마저도

다 품고 살면서 

괜찮은 척 모르는 척 지낼 순 없나

입을 잠시도 놔두지 않는 물비늘아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고 가는 강물아

여전히 내 속을 베어가는 구나

기왕이면 품위 있게 깨져라 터져라 

멈추지 말고 뒤돌아보지 마라

강물은 강물답게 노을은 노을답게 

물속에서 산수화를 치다가 

서산 정수리에서부터

까맣게 메워오는 붓 한 자루

미안하다 

제대로 그리지 못해 더욱 눈부신

아름다움에게

울음을 울음답게 터치 못해

더욱 서글픈 슬픔에게

같은 허공 같은 세대에 태어나

갖은 풍파를 겪는 사람들에게

평등하다지만 평등하지 않은

인생에게 오지 않을 듯 갔다가 다시

오는 태양에게.

 

   

      *2023년 <한국작가회의>

                  연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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