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 게시판에는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비방이나 험담은 자제 해주시기 바랍니다

오월 - 피 천득

관리자2024.05.22 14:34조회 수 6댓글 0

    • 글자 크기

 

 

 

5월

 

피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 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 가락지이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 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 한 살의 나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는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섬이었다.

得了愛情痛苦 (득료애정통고)
- 얻었도다 애정의 고통을

失了愛情痛苦 (실료애정통고)
- 버렸도다 애정의 고통을

젊어서 죽은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 놓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 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이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 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2024년 5월 22일 수요일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9 내명부(內命婦) 이한기 2023.12.05 80
128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 이한기 2023.12.05 83
127 죽음을 향한 존재(Sein-zum-Tode)-철학적 계절, 12 관리자 2023.12.05 13
126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그 꿈을 닮아간다-10년전 서울대 합격생 수기 당선 관리자 2023.12.05 45
125 내 어머니의 발 관리자 2023.12.04 10
124 [동화] 문조 - 김옥애 관리자 2023.12.04 7
123 더 깊이 사랑하여라 - J. Gaolt- 관리자 2023.12.04 9
122 소월에 대하여 관리자 2023.12.04 9
121 대부(大夫)(2) 이한기 2023.12.04 82
120 대부(大夫)(1) 이한기 2023.12.04 77
119 홀로서기 1, 2, 3 - 서 정윤 관리자 2023.12.04 13
118 제65회 대학문학상 시 부문 심사평 - 착시와 패턴 심사평 포함 관리자 2023.12.04 6
117 늙어가는 모든 존재는 모두 비가 샌다 송원 2023.12.03 9
116 바보같은 삶- 장기려 박사님의 삶 관리자 2023.12.03 8
115 착시와 패턴 -제65회 대학문학상 시 부문 가작4 관리자 2023.12.03 46
114 ‘아낌없이 주는 나무’ 뒤에 숨은 기가 막히고 속이 뚫리는 156편의 시+그림 관리자 2023.12.02 7
113 이승하 시인의 ‘내가 읽은 이 시를’(333) 어느 어머니의 이야기―김일태의 「만다꼬」 관리자 2023.12.02 13
112 명장(名將) 일별(一瞥)(2) 이한기 2023.12.02 48
111 산행(山行) 이한기 2023.12.01 60
110 [아메리카 NOW] 여야 정쟁 사라진 로잘린 카터 여사 장례식을 보면서1 관리자 2023.11.30 16
이전 1 ...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1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