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 게시판에는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비방이나 험담은 자제 해주시기 바랍니다

[책&생각]나는 이제 달리지 않고 누워 있다

관리자2024.04.08 17:26조회 수 8댓글 0

    • 글자 크기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135351.html

기사 원문을 읽으시려면 위의 링크를 클릭하신 후 읽으시기 바랍니다

 

 

나는 이제 달리지 않고 누워 있다 [책&생각]

 

 

인과관계가 명확한 것만을 적습니다

 

   이장욱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영원을 잃어버렸다.

자꾸 잃어버려서 믿음이 남아 있지 않았다.

원래 그것이 없었다는 단순한 사실을 떠올렸다.

 

나는 이제 달라지지 않고 누워 있다.

원인이 사라진 풀밭에 자전거를 버려두었다.

바퀴의 은빛 살들이 빛나는 강변을 바라보았다.

서로에게 불가능해지는 일만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였다.

 

풀밭에는 아주 작은 생물들의 우주가 펼쳐져 있고

그것을 아는 것은 쉽다.

그것을 진실로 느끼는 것은 모로 누운 사람들뿐이지만

누구의 왕도 누구의 하인도 아니어서

외롭고 강한 사람들뿐이지만

 

은륜이 떠도는 풍경을 바라보면 알 수 있는 것

햇빛에도 인과관계가 있고 물의 일렁임에도 인과관계가 있고

달려가다가 멈추어 서서 잔인한 표정을 짓는 일에도 인과관계가 있겠지만

사람이라면 죽은 사람의 입술에만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의 손금에만

 

기도를 하지 않아서 좋았다.

나는 매일 나의 우주에서 부활하려고 했다.

거대한 존재가 내 곁에 모로 누워 있기라도 한 듯이

사랑을 하려고 했다.

 

나는 명확한 것만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바라보는 사람이 보이지 않아서

텅 빈 주위를 둘러보았다.

 

 

 

2024년 4월 7일 주일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0 과하지욕(胯下之辱) 이한기 2024.05.28 30
139 웃음의 힘 관리자 2024.05.28 18
138 하이쿠(俳句, 배구) 감상 이한기 2024.05.29 25
137 기다려주는 사람 이한기 2024.05.29 24
136 소풍같은 인생 - 추가열- 관리자 2024.05.30 12
135 접시꽃 당신 - 도 종환- 관리자 2024.05.30 16
134 도척지견(盜拓之犬) 이한기 2024.05.30 25
133 절영지회(絶纓之會) 이한기 2024.05.30 32
132 아프레 쓸라 (Apres cela) 관리자 2024.05.30 13
131 트바로티 김호중이 수감된 구치소에서 매일 아침 일어나는 일 관리자 2024.05.30 22
130 나그네 관리자 2024.05.30 15
129 “어쩌면 시 쓰기가 멈춰지지 않아서”…‘여든’ 나태주 시인의 봄볕같은 고백 [북적book적] 관리자 2024.05.30 322
128 제26회 재외동포 문학상 공모 … 오는 6월 30일까지 관리자 2024.05.30 24
127 하나에서 열까지 이한기 2024.06.01 38
126 수도거성(水到渠成) 이한기 2024.06.01 45
125 내가 좋아하는 사람 이한기 2024.06.04 25
124 6월의 시 모음 관리자 2024.06.05 16
123 동방의 등불 -타고르- 관리자 2024.06.06 17
122 현충일-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애국선열과 국군 장병들을 기억하겠습니다 관리자 2024.06.06 14
121 “어쩌면 시 쓰기가 멈춰지지 않아서”…‘여든’ 나태주 시인의 봄볕같은 고백 [북적book적] 관리자 2024.06.06 204
이전 1 ...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33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