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 게시판에는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비방이나 험담은 자제 해주시기 바랍니다

백석 시 ‘흰 바람벽이 있어’ 바구지꽃의 정체는? [김민철의 꽃이야기]

관리자2024.02.21 00:51조회 수 7댓글 0

    • 글자 크기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4/02/20/VZA2Y3Q53NHXZAVBVYN4OA7IXY/

 

이글의 원문을 읽으시려면 위의 링크를 클릭하셔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흰 바람벽이 있어

 

-백석-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샤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어 대구국을 끓여 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늬 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굴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어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 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잼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2024년 2월 20일 화요일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23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4] 사랑 관리자 2024.01.22 6
522 민족대표 한용운 선생… '님의 생가'를 찾아서 관리자 2024.01.26 6
521 도서출판 문학공원, 김영수 시인의 ‘탐라의 하늘을 올려다보면’ 펴내 관리자 2024.01.29 6
520 [애송시 100편-제18편] 님의 침묵 - 한용운 관리자 2024.01.29 6
519 노후찬가(老後讚歌) 관리자 2024.01.29 6
518 동백꽃 지는 날 - 안도현- 관리자 2024.01.30 6
517 내 고향 부여 -김동문- 관리자 2024.01.30 6
516 이둠을 지나 미래로 - 침묵을 깨고 역사 앞에 서다 - 관리자 2024.02.09 6
515 봄이오는 길목에서 - 이 해인- 관리자 2024.03.04 6
514 눈물처럼 그리움 불러내는 정해종의 시편 관리자 2024.03.10 6
513 [내 마음의 시] 이별 그리고 사랑 관리자 2024.03.10 6
512 손흥민, 애스턴 빌라전 1골2도움…8시즌 연속 공격포인트 20개 돌파 관리자 2024.03.10 6
511 “절대 월드클래스 아니다”…아버지 혹평했지만 손흥민에게 벌어진 일 관리자 2024.03.20 6
510 봄이 오면 - 이 해인- 관리자 2024.03.24 6
509 나태주 시인과 팬 김예원 작가… 50년 차이에도 “우리는 친구” 관리자 2024.04.08 6
508 [책&생각]나는 이제 달리지 않고 누워 있다 관리자 2024.04.08 6
507 4월의 환희 - 이 해인- 관리자 2024.04.11 6
506 익모초(益母草) 를 선물로 드립니다 관리자 2024.04.14 6
505 오월 - 피 천득 관리자 2024.05.22 6
504 이정무 이정자 문우님을 만나 뵙고 왔습니다 관리자 2024.05.24 6
이전 1 2 3 4 5 6 7 8 9 10... 31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