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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정호승

이한기2024.06.09 14:03조회 수 14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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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시 / 정호승 

 

지은 죄가  많아 

흠뻑 비를 맞고 봉은사에

갔더니

내 몸에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손등에는 채송화가

무릎에는 제비꽃이

피어나기 시작하더니

야윈 내 젖가슴에는

장미가 피어나

뚝뚝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에

가시가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토록 가시 많은 나무에

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고 생각하라고

 

장미는 꽃에서

향기가 나는 게 아니라

가시에서 향기가 나는 

것이라고

가장 날카로운 가시에서

가장 멀리 가는

향기가 난다고

 

장미는 시들지도 않고

자꾸자꾸 피어나

 

나는 봉은사 대웅전

처마 밑에 앉아

평생토록 내 가슴에

피눈물을 흘리게 한

가시를 힘껏 뽑아내려고

하다가 슬며시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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