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현황(天地玄黃)
淸風軒
과학문명이 미개(未開)했던
천 오백 년 전
선현(先賢)이 말하였다
하늘 천(天), 따 지(地),
검을 현(玄), 누루 황(黃)이라고
하늘은 캄캄하고 검으며
땅은 환하고 누러스럼하다
하였다
오늘날처럼 과학문명과 첨단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시대에
사는 사람들도 설마 그럴리야
할텐데---
중국 황하지역의 땅이
누르스름하게
보이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낮에 보이는 하늘은 너무나
푸르고 밝고
달이 없을 때만 캄캄하고
검은데
하늘은 검다고 하였다
할아버지로부터 이백
오십개의
사자성어(四字成語)로 된
천자문(千字文)을 배우면서
하늘이 파랗고 밝은데
검다고하니
어렸던 나로선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엔---
미개했던 천 오백년 전
하늘이 검다는 것을 알았다는
선현의 혜안(慧眼)에
경탄(驚歎)하지 않을 수 없다
항하사(恒河沙)의 모래 한 알
같은
미물(微物)이 굉대(宏大)한
우주의
신비(神祕)함을 어찌 알 수
있겠는가!
나는 우주속에서 작아지는
존재다
잘고 보잘 것 없는 이, 떠도는
사람이로다
*Atlanta 한국일보 게재.
(2022년 7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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