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
淸風軒
드러날 듯, 말 듯
보일 듯, 말 듯
어스름이 내리면
어스름속에
빛바랜 얼굴 파묻고
축쳐진 날을 담근다
훌러덩 벗겨진 산등성이나
햇볕 숨어드는 여우굴을
어른어른 거리다가
성난 비바람 부는 어느 날
흔적 없이 사라지는
어스름의 그림자
나는 어스름으로
남은 날들을 살고싶다
드러날 듯, 말 듯
보일 듯, 말 듯
있는 듯, 없는 듯
* Atlanta 한국일보 게재.
(2022년 3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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