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한기
- 국가유공자
- 계간 미주문학 등단
- 미주한국문인협회원
- 애틀랜타문학회원

보릿고개의 묵정밭(菑)

이한기2023.09.29 12:23조회 수 83댓글 0

    • 글자 크기

  보릿고개의 묵정밭(菑)

                              淸風軒      

 

어릴 적 해마다 오던 봄

혼자 오지 않고

보릿고개를 데리고 왔다

 

허리띠 질끈 조여매고

그 고개 넘어가는데 석 달

 

앞산 기슭 아지랑이 오르고

진달래 붉은 입술 열던 봄날

 

보릿고개 비탈에서

묵정밭 일구는 아버지와 아들

 

그을려 거무죽죽한 두 얼굴

갈라져 튼 거북손 등 네 개

묵정밭이 준 마음 아픈 선물

 

어느날 천지가 개벽(開闢)

피안(彼岸)으로 건너 간

유령(幽靈)의 보릿고개

 

보릿고개 힘겹게 넘던 아해

이제는 할애비가 되었다

 

내 고향의 묵정밭(菑)은

지금도

우거지고 묵어 가겠지

 

*Atlanta 한국일보 게재.

    (2023년 3월 17일)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207 목련木蓮 꽃잎 2024.04.08 115
206 혜풍惠風 2024.04.07 115
205 구름 같은 도道 2024.04.03 115
204 임을 사랑하시나요? 2024.02.07 115
203 겨울 단상(斷想) 2024.01.28 115
202 주시(注視)와 눈치 단상(斷想) 2024.02.06 114
201 황금박쥐 가족 2023.12.01 114
200 땅거미가 내릴 때 2023.11.05 114
199 오늘, 청명淸明 2024.04.04 113
198 꿈(夢) 단상(斷想) 2024.02.16 113
197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엔 2024.02.13 113
196 입춘立春 - 기고문寄稿文 - 2024.02.02 113
195 찌꺼기 유감(遺憾) 2024.01.15 113
194 개머리 추억(追憶) 단상(斷想) 2024.01.04 113
193 방점(傍點) 2023.11.13 113
192 상춘곡賞春曲 2024.04.06 112
191 주현절(主顯節) 2024.01.06 112
190 유월(六月)의 하루 2024.06.09 111
189 시詩를 짖지 않으면 2024.02.01 111
188 금강심(金剛心)의 문인(文人) 2023.11.27 111
이전 1 ... 3 4 5 6 7 8 9 10 11 12... 18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