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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기
- 국가유공자
- 계간 미주문학 등단
- 미주한국문인협회원
- 애틀랜타문학회원

보릿고개의 묵정밭(菑)

이한기2023.09.29 12:23조회 수 85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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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릿고개의 묵정밭(菑)

                              淸風軒      

 

어릴 적 해마다 오던 봄

혼자 오지 않고

보릿고개를 데리고 왔다

 

허리띠 질끈 조여매고

그 고개 넘어가는데 석 달

 

앞산 기슭 아지랑이 오르고

진달래 붉은 입술 열던 봄날

 

보릿고개 비탈에서

묵정밭 일구는 아버지와 아들

 

그을려 거무죽죽한 두 얼굴

갈라져 튼 거북손 등 네 개

묵정밭이 준 마음 아픈 선물

 

어느날 천지가 개벽(開闢)

피안(彼岸)으로 건너 간

유령(幽靈)의 보릿고개

 

보릿고개 힘겹게 넘던 아해

이제는 할애비가 되었다

 

내 고향의 묵정밭(菑)은

지금도

우거지고 묵어 가겠지

 

*Atlanta 한국일보 게재.

    (2023년 3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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