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보리밭
淸風軒
이팝꽃 흐드러지게 핀
봄의 한 가운데
푸른 호수, 청보리밭
매혹적인 푸르름을
한들한들 거리며
날 유혹하던 청보리밭
처녀가슴 같던 호수는
어느새 할멈을 향한다
포동포동하던 얼굴엔
주름살이 쭈글쭈글
뻐꾹뻐꾹 뻐꾸기 울 때
따사로운 햇살 못이겨
까시락을 내민 보리
늙은 할멈을 빼닮았네
힘겹게 보릿고개 넘은
늙은 할아범은 꾸고 있다
허기채울 꽁보리밥 꿈을
지금, 고향의 늙은 보리밭
거친 숨 몰아쉬고 있다
구수한 보리밥 한 사발
고봉으로 담아 내려고!
<글쓴이 Note>
5월의 끝자락, 고향 앞산엔
뻐꾸기 울고 들판엔 청보리가
익어간다
1960년대 어릴 때 보릿고개
넘어가며 누렇게 익어가던
보리밭은 보기만 하여도
배가 불렀다.
봄철, 보리밥 한 끼도 먹지
못했던 사람들이 많았다.
1980년대 부터 보릿고개는
사라지고 밥상에는 흰쌀밥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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