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망향(望鄕)
淸風軒
하이얀 된서리 내리고 삭풍이
몰아치면
향수에 젖은 이방인
두고온 고향으로 애틋한 마음
달음질 한다
동네 앞 휑한 벌에 함박눈 나려
하이얀 손 이불 덮히면
철부지들 눈싸움하는 소리
온마을 시끌시끌하던 곳
가을겆이 끝난 넓은 벌엔
낱알 쪼아대던 등푸른 기러기 떼
동천에선 쌩쌩 설매타고
모닥불 피우고 시린 손 녹이던 곳
설날엔 새옷에 새신발로 단장하고
어깨춤 추며 어르신들께 세배
다니던 곳
정월 대보름엔 뒷동산에 올라
쥐불놀이하며
'달 봤다' 소리치곤 소원성취
빌던 곳
향수에 젖어 마음 아픈 이방인
밀려오는 망향 못이겨
오늘도 노을진 서녁하늘로
자꾸만 눈길이 간다.
*Atlanta 한국일보 게재.
(2021년 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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