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수
김종제
불같이 화가 나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달래는데
칼국수만한 게 어디 있을까
밀가루를 얇게 반죽을 해서
칼로 죽죽 찢어 한 냄비 끓이면서
굵은 바지락 몇 개 집어넣고
파 숭숭 잘라넣고
잘게 썰은 매운 고추에
붉은 고춧가루를
한 숟가락 풍덩 빠뜨린 다음에
흐물흐물해진 칼을 후후 불면서
방금 버무린 김치와 엮어
입안으로 넘기면
속이 다 시원해지는 것인데
굳었던 혀가 얼얼해지고
뻣뻣한 뒷목이 허물어지면서
얼굴에 땀방울이 돋아나기 시작하는데
그릇을 통째 들고
뜨겁게 달아오른 저 붉고 푸른 국물을
목구멍으로 한 모금 넘기면
눈앞이 환해지면서
온몸에 칭칭 감긴 쇠사슬이 풀어지는데
뼈가 나긋나긋해지고
눈물이 절로 나는 것인데
칼국수 다 비우고
뜨거워진 마음을
빈 그릇에 떡 하니 올려놓는 것이다
2024년 1월 12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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