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 게시판에는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비방이나 험담은 자제 해주시기 바랍니다

간조 - 민구 시인- [책&생각] 세밑, 마흔살 시인의 이토록 투명한 청승

관리자2023.12.22 20:40조회 수 16추천 수 1댓글 0

    • 글자 크기

 

 

https://m.hani.co.kr/arti/culture/book/1121433.html#cb

 

 

 

 

 

 

당신은 쉽게 사랑에 빠진다

너무 쉽게 마음을 주고

너무 쉽게 나를 가져간다

나는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해서

뒤를 돌아본다

뒤에는 사랑받는 사람이 서 있고

나의 커다란 의심이  서 있고

당신이 타고 온 택시가 서 있다

택시는 시동을 끄고서 기다린다

당신이 다음 사랑에 빠질 때까지

다음 사람과 이 거지 같은 해변으로 돌아올 때까지

...

내 앞에는 떠나버린 사람이 있고

여전히 커다란 의심이 있고

단물이 빠질 때를 알고 기다리는

모범택시가 한대 서 있다.

 

('간조' 부분)

 

***

 

좋은 일이 쌓이면 

달력에 살이 붙어서

날짜 하나가 툭 떨어지고

너는 그날의 약속을 잊어버리겠지

그날의 불길한 예감을 

가볍게 거스르겠지..

('새해' 부분)

 

 

****

 

 

 

행복하니까 할 이야기가 없다

밥을 굶어도 좋다

...

꿈에서 은사님을 만났다

행복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그는 내 따귀를 때렸다

(거기서 행복하시냐는 말로 들은 걸까)

살아계실 때 선생님이 그랬다

시인은 불행하다고

그림자가 없다고

...

밀고 나가서 쓸 것인가

그만둘 것인가

불행은 내게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며

너는 과거에도 그랬다고

타이르는데

행복해서

남의 말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행복' 부분) 

 

 

 

2023년 12월 22일  금요일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8 열바다 이한기 2024.04.27 31
217 절영지회(絶纓之會) 이한기 2024.05.30 31
216 가시/정호승 이한기 2024.06.09 31
215 어느 95세 노인의 수기 이한기 2024.06.15 31
214 평상(平床)/반칠환 이한기 2024.06.24 31
213 중요(重要)한 것 이한기 2024.01.14 32
212 뒤집어 보면 이한기 2024.01.26 32
211 Sequoia(미국 삼杉나무) 이한기 2024.02.18 32
210 이른 봄의 시/천양희 이한기 2024.02.20 32
209 인생(人生)의 Rival 이한기 2024.04.16 32
208 일을 꾸미지 말라 이한기 2024.07.06 32
207 새해 아침의 기도 - 김 남조 - Happy New Year ! 송원 2024.01.04 33
206 음주(飮酒) 이한기 2024.01.18 33
205 겸손謙遜해야 할 이유 이한기 2024.02.27 33
204 오우가五友歌/尹善道 이한기 2024.03.26 33
203 미라보 다리 -아폴리네르- 관리자 2024.04.14 33
202 명언名言 일별 一瞥 이한기 2024.04.29 33
201 젊어질 수 있는 방법 이한기 2024.06.18 33
200 모순矛盾 이한기 2024.02.13 34
199 대보름/박경리 이한기 2024.02.24 34
이전 1 ...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32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