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 게시판에는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비방이나 험담은 자제 해주시기 바랍니다

칼 국수 - 김 종재 -

관리자2024.01.12 09:09조회 수 7댓글 0

    • 글자 크기

 

 

칼국수 

 

김종제 ​

 

 

​불같이 화가 나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달래는데

​칼국수만한 게 어디 있을까

​밀가루를 얇게 반죽을 해서

​칼로 죽죽 찢어 한 냄비 끓이면서

​굵은 바지락 몇 개 집어넣고

​파 숭숭 잘라넣고

​잘게 썰은 매운 고추에

​붉은 고춧가루를

한 숟가락 풍덩 빠뜨린 다음에

​흐물흐물해진 칼을 후후 불면서

​방금 버무린 김치와 엮어

​입안으로 넘기면

​속이 다 시원해지는 것인데

​굳었던 혀가 얼얼해지고

​뻣뻣한 뒷목이 허물어지면서

​얼굴에 땀방울이 돋아나기 시작하는데

​그릇을 통째 들고

​뜨겁게 달아오른 저 붉고 푸른 국물을

​목구멍으로 한 모금 넘기면

​눈앞이 환해지면서

온몸에 칭칭 감긴 쇠사슬이 풀어지는데

​뼈가 나긋나긋해지고

​눈물이 절로 나는 것인데

​칼국수 다 비우고

​뜨거워진 마음을

​빈 그릇에 떡 하니 올려놓는 것이다

 

 

2024년 1월 12일 금요일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3 한국은 보석같은 나라였다 이한기 2024.02.18 27
212 매화梅花 / 매화梅花 이한기 2024.03.07 27
211 벌罰과 관용寬容 이한기 2024.04.22 27
210 봄날 고천 김현성1 관리자 2024.02.20 28
209 행복 9계명 이한기 2024.03.16 28
208 Pi(π) Day(3월 14일) 이한기 2024.03.14 28
207 열바다 이한기 2024.04.27 28
206 욕지, 감꽃 목걸이/김연동 이한기 2024.05.13 28
205 속담(俗談) 이한기 2024.06.13 28
204 여유(餘裕)/W. H. Davis 이한기 2024.06.18 28
203 장단과 동조 이한기 2024.06.19 28
202 미라보 다리 -아폴리네르- 관리자 2024.04.14 29
201 어느 95세 노인의 수기 이한기 2024.06.15 29
200 젊어질 수 있는 방법 이한기 2024.06.18 29
199 중요(重要)한 것 이한기 2024.01.14 30
198 음주(飮酒) 이한기 2024.01.18 30
197 Tatacoa Desert In Southern Utah, Canyon de Chelly in Arizona 관리자 2024.02.13 30
196 생의 목표 - 이 해인- 관리자 2024.02.29 30
195 오우가五友歌/尹善道 이한기 2024.03.26 30
194 인생의 세 여유(三餘) 이한기 2024.03.25 30
이전 1 ...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31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