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 향 (1)
裕 堂 박 홍 자
강원도 주천 설봉산 산자락엔
산 사나이가 살고 있었답니다
흰 모시 적삼이 잘 어울릴것 같은 그는
눈도 아주 컸답니다
그는 여명이 좋아서 그곳에 있고
솔향이 있어서
좋은 오두막을 마련 했답니다
지금쯤 가을 뭇벌레들의 합창이
한창인데 아랑곳 하지 않고
오직 솔향에만 취해서 살았답니다
병풍 처럼 둘러 쳐진 산등성이를
돌자면 중간 자락에 커다랗게
자리 잡고 있는 그중에
제일 큰 소나무가 자기를 닮아서
가장 사랑 했답니다
허리도 굵고 팔뚝도 울퉁불퉁
뿌리도 이곳 저곳에 뿔퉁하게 튀어 나와서
아주 멋진 예술품이라고
자랑을 했답니다
그래도 한결 같이 30년이 넘도록
변하지 않는 사랑으로 푸르른
솔잎으로 사시사철 반기고
향내를 풍기면서 입마춤을 해주는
사랑에 소나무가
얼마나 부러운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병든 몸을 만져주고 포옹하듯
흔들 거리며 솔향을 내뿜으며
어서 일어나라고 깨워주는
소나무가 있어 사는 재미도
느낀다고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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