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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餘裕)/W. H. Davis

이한기2024.06.18 08:06조회 수 27추천 수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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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餘裕)

                W. H. Davis

 

무슨 인생이 그럴까,

근심에 찌들어

가던 길 멈춰 서

바라볼 시간 없다면

 

양이나 젖소들처럼

나무 아래 서서

쉬엄쉬엄

바라볼 틈 없다면

 

숲속 지날 때

다람쥐들이 풀섶에

도토리 숨기는 걸

볼 시간 없다면

 

한낮에도 밤하늘처럼

별이 초롱한 시냇물을

바라볼 시간이 없다면.

 

Leisure/ W. H. Davis

 

What is this life if,

full of care,

We have no time

to stand and stare

No time to stand

beneath

the boughs

And stare as long

as sheep or cows

No time to see,

when wood we

pass,

Where squirrels

hide their nuts

in grass.

No time to see,

in broad daylight,

Streams full of

stars, like skies

at night.

 

     ***감상****

 

시인이 말하듯, 우리는

가던 길 멈춰 서서

바라볼 그 잠시의 시간

조차 전혀 없는 딱한

人生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가령 이 담에 그러니까,

내가 죽은 후에 

한 십년이나 아님 이십년

후까지도 그 누군가

나를 기억해 준다면,

(그럴 가능성은 거의

제로이겠지만)

어쨌던 그렇다고 할 것

같으면, 나란 존재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조금 더 많은 소득, 좀 더

쾌락한 환경의 주택,

남들에게 무언가 인정을

받고 싶은 공명심, 자나

깨나 오로지 내 피붙이만

안중에 있고, 밑천 안 드는

말로만 이웃을 생각하며,

어쩌다 마지못해 봉사할

때는 갖은 생색 다 내고,

남들의 불행을 위안삼아

나만의 행복을 위해 

불철주야 동분서주 하던, 

날들의 분주함

 

그런 것들을 위해 정신없이

뛰기만 했던, 내 모습은 

 

그 누군가 나를 회고한다면,

그도 혀를 차겠지

그렇게 살아서 과연

행복했느냐고

 

어느 날, 문득 초라한

가슴에 짙은 멍울이

잡힌 채 상(傷)한

영혼만 삶의 흔적으로

남기고 쓰러진다면 

그건 이미 때가

늦은지도 모를 일

 

비록, 작지만 큰 여유

속에 느린 것이

아름답다는 말을 굳이

 되뇌이지 않더라도...

 

길을 가다가 하늘 한 번

쳐다보는, 투명한 햇살

반짝이는 풍경에 젖어보는, 

그리고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내 이웃들을 

진정으로 한 번 바라보는

여유조차 없었던, 나는 

놀란 듯 나 자신에게

말하고 싶어진다

 

정말, 무슨 인생(人生)이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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