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 게시판에는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비방이나 험담은 자제 해주시기 바랍니다

오월 - 피 천득

관리자2024.05.22 14:34조회 수 13댓글 0

    • 글자 크기

 

 

 

5월

 

피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 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 가락지이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 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 한 살의 나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는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섬이었다.

得了愛情痛苦 (득료애정통고)
- 얻었도다 애정의 고통을

失了愛情痛苦 (실료애정통고)
- 버렸도다 애정의 고통을

젊어서 죽은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 놓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 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이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 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2024년 5월 22일 수요일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63 [詩 한 편] 초행길 관리자 2024.03.13 7
562 [나의 현대사 보물] 김병익 평론가-‘우리 사회는 앞으로 어느 쪽을 지향해야 할 것인가’ 시대적 고민이 '문학과 지성' 으로 이어져 관리자 2024.01.01 20
561 [나태주의 풀꽃 편지] 오래 살아남기 위하여 관리자 2024.04.18 15
560 [내 마음의 시] 이별 그리고 사랑 관리자 2024.03.10 13
559 [동화] 문조 - 김옥애 관리자 2023.12.04 9
558 [디카시]나목 - 정성태 관리자 2024.01.01 8
557 [림삼의 초대시] 빗속의 해후 관리자 2024.04.29 11
556 [마음이 머무는 詩] 사월의 노래-박목월 관리자 2024.04.08 9
555 [마음이 머무는 詩] 삼월에 오는 눈-나태주 관리자 2024.04.08 10
554 [마음이 머무는 詩] 우리의 봄은-윤석산 관리자 2024.04.08 12
553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11] 꽃을 따르라 관리자 2024.03.20 16
552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28] 남해 가는 길 관리자 2024.07.15 4
551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4] 사랑 관리자 2024.01.22 14
550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5] 매화를 찾아서 관리자 2024.01.29 15
549 [문학강좌] 구명숙 교수 특강3 hurtfree 2017.06.12 114
548 [발행인 레터] 애틀랜타문학회를 만났어요 관리자 2015.02.11 380
547 [시조}한산섬 달 밝은 밤에 -이 순신- 관리자 2024.02.13 13
546 [신간] 하상욱 단편시집 '서울 보통 시' 관리자 2024.01.31 18
545 [아메리카 NOW] 여야 정쟁 사라진 로잘린 카터 여사 장례식을 보면서1 관리자 2023.11.30 20
544 [애송시 100편-제18편] 님의 침묵 - 한용운 관리자 2024.01.29 9
이전 1 2 3 4 5 6 7 8 9 10... 33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