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국도에서 고라니를 칠 뻔 했다
두 눈이 부딪혔을 때
나를 향해 오히려 미안한 표정을 짓던
고라니의 검고 큰 눈망울
오랫동안 그걸 잊지 못하고 있다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던 천국을 아직도
돌려주지 못하고 있어요
내가 갖고 있어요
도리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옮긴이 노트
어디 천국이
서영 시인이 만난 '검은 고라니의 눈' 뿐이겠는가 !
우리 눈의 조리개를 조금 좁히고 숨을 잠깐 멈추면
천국은 어디에나 언제나 있다.
며칠을 찾던 등긁개를 입에 물고 온 고양이,
새벽 잠을 쫏아 내는 거위들의 짝짓기 아우성,
갈변하며 잎을 떨군 목련 잎을 치우면
연두색 염색하고 머리를 내미는 부추,
우유 반 잔 남긴 걸 알고도
잔소리를 참아주는 아내의 움찔하는 입술. . .
그리고 손님 없는 공허를
글 쓰는 짬으로 메꾸는 이 순간도 '천국'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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