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숲
전세연
햇살을 묻히며 걷는 숲은
잔잔한 파란이 지나갑니다
가릴 것 없는 숲은 진실해졌고
계절은 겨울 아래 잠들어
평화롭습니다
가을 이후
말 줄임표로 중략된 풍경들
수많은 눈길에도
밋밋한 나무들의 표정과
어김없이 내려앉은 고요 사이를
날아다니는 새들로
더욱 순수해진 숲
나무는 쉼표에 몸을 맡기고
스스로 크는 법을
더 깊게 배우는 중입니다
기다림의 등걸은 말라있고
침묵의 고랑은 깊습니다
바위의 검버섯은 더욱 늘어나고
낯빛은 그대로 굳었습니다
바람은 차갑게 등 돌린
그녀의 뒷모습처럼
싸늘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겨울의 밑둥치는
모든 치유가 봄인 것을 알기에
견딜만합니다
입춘을 베어 문 나무가
꿈꾸는 날들이
푸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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