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 게시판에는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비방이나 험담은 자제 해주시기 바랍니다

어머니의 범종소리 - 최 동호- 2022년 정지용 문학상 수상

관리자2023.12.07 00:45조회 수 59댓글 0

    • 글자 크기

 

 

 

어머니의 범종소리

-  최동호 -


어린 시절 새벽마다 콩나물시루에서 물 내리는 소리를 들었다.
이웃집에 셋방살이하던 아주머니가 외아들 공부시키려 콩나물
키우던 물방울 소리가 얇은 벽 너머에서 기도소리처럼 들려왔다.

새벽마다 어린 우리들 잠 깨울까 봐 조심스럽게 연탄불 가는
소리도 들었다. 불을 꺼뜨리지 않고 단잠을 자게 지켜주시던,
일어나기 싫어 모르는 척하고 듣고 있던 어머니의 소리였다.

콩나물 장수 홀어머니 아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나는 모른다.
어머니 가시고 콩나물 물 내리는 새벽소리가 지나가면
불덩어리에서 연탄재 떼어내던 그 정성스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새벽잠 자주 깨는 요즈음 그 나지막한 소리들이 옛 기억에서
살아나와, 산사의 새벽 범종소리가 미약한 생명들을 보살피듯,
스산한 가슴속에 들어와 맴돌며 조용히 마음을 쓸어주고 간다.

 

****

 

2022년 정지용 문학상을 수상한 최동호 시인의 시입니다

 

 

2023년 12월 6일 수요일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41 친구야 너는 아니? - 이 해인- 관리자 2024.04.16 14
440 지갑속에 담긴 사랑 관리자 2024.04.18 14
439 [나태주의 풀꽃 편지] 오래 살아남기 위하여 관리자 2024.04.18 14
438 2024년 5월 11일 스와니서 아시안 문화축제 열려 관리자 2024.05.11 14
437 어머니가 그립습니다 관리자 2024.05.11 14
436 어머니에 관한 시 모음 3 관리자 2024.05.13 14
435 "어머니의 날" 제정의 유래 관리자 2024.05.15 14
434 트바로티 김호중이 수감된 구치소에서 매일 아침 일어나는 일 관리자 2024.05.30 14
433 나그네 관리자 2024.05.30 14
432 현충일-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애국선열과 국군 장병들을 기억하겠습니다 관리자 2024.06.06 14
431 유은희 시 ‘밥’ < 문태준의 詩 이야기 > 관리자 2024.06.16 14
430 자율주행차 양산나선 中… 美보다 먼저 상용화시대 연다[글로벌 리포트] 관리자 2024.06.16 14
429 한국 역사의 숨은 진실 이한기 2024.06.26 14
428 악의 평범성/지은경 이한기 2024.07.02 14
427 이승하 시인의 ‘내가 읽은 이 시를’(333) 어느 어머니의 이야기―김일태의 「만다꼬」 관리자 2023.12.02 15
426 더 깊이 사랑하여라 - J. Gaolt- 관리자 2023.12.04 15
425 죽음을 향한 존재(Sein-zum-Tode)-철학적 계절, 12 관리자 2023.12.05 15
424 세월아 - 피천득 관리자 2023.12.06 15
423 첫 눈 - 이승하 관리자 2023.12.17 15
422 평생 시인의 시집 한 권, ‘숨어 있는 향수’ 관리자 2023.12.22 15
이전 1 ... 5 6 7 8 9 10 11 12 13 14... 32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