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 게시판에는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비방이나 험담은 자제 해주시기 바랍니다

칼 국수 - 김 종재 -

관리자2024.01.12 09:09조회 수 16댓글 0

    • 글자 크기

 

 

칼국수 

 

김종제 ​

 

 

​불같이 화가 나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달래는데

​칼국수만한 게 어디 있을까

​밀가루를 얇게 반죽을 해서

​칼로 죽죽 찢어 한 냄비 끓이면서

​굵은 바지락 몇 개 집어넣고

​파 숭숭 잘라넣고

​잘게 썰은 매운 고추에

​붉은 고춧가루를

한 숟가락 풍덩 빠뜨린 다음에

​흐물흐물해진 칼을 후후 불면서

​방금 버무린 김치와 엮어

​입안으로 넘기면

​속이 다 시원해지는 것인데

​굳었던 혀가 얼얼해지고

​뻣뻣한 뒷목이 허물어지면서

​얼굴에 땀방울이 돋아나기 시작하는데

​그릇을 통째 들고

​뜨겁게 달아오른 저 붉고 푸른 국물을

​목구멍으로 한 모금 넘기면

​눈앞이 환해지면서

온몸에 칭칭 감긴 쇠사슬이 풀어지는데

​뼈가 나긋나긋해지고

​눈물이 절로 나는 것인데

​칼국수 다 비우고

​뜨거워진 마음을

​빈 그릇에 떡 하니 올려놓는 것이다

 

 

2024년 1월 12일 금요일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6 장 - 윤동주- 관리자 2024.02.29 44
145 장단과 동조 이한기 2024.06.19 36
144 장수(長壽)와 요절(夭折) 관리자 2024.01.24 15
143 저녘 놀 - 오일도- 관리자 2024.02.25 28
142 저물녘/박정원 이한기 2024.02.15 43
141 전도몽상顚倒夢想 이한기 2024.03.05 29
140 절영지회(絶纓之會) 이한기 2024.05.30 32
139 젊어질 수 있는 방법 이한기 2024.06.18 33
138 접시꽃 당신 - 도 종환- 관리자 2024.05.30 16
137 정거장에서의 충고 - 기 형도- 관리자 2024.01.02 12
136 정명섭 회원님과 함께 관리자 2024.07.16 1
135 제 4초소와 미루나무 이한기 2024.05.04 53
134 제 6회 애틀란타 문학상 시상식5 송원 2022.03.26 95
133 제 74주년 6.25 전댕 기념회 관리자 2024.06.27 13
132 제 8 회 애틀랜타 문학상 심사평1 석정헌 2023.09.29 66
131 제1회 김재윤문학상 제정...제주 초·중학생 시(詩) 공모 관리자 2024.05.09 13
130 제26회 재외동포 문학상 공모 … 오는 6월 30일까지 관리자 2024.05.30 26
129 제65회 대학문학상 시 부문 심사평 - 착시와 패턴 심사평 포함 관리자 2023.12.04 13
128 제임스 조이스 연구 개척한 원로 영문학자 김종건 고대 명예교수 영면 관리자 2024.01.14 11
127 제임스 조이스 첫 시집과 새 번역 '율리시스' 동시 출간 관리자 2023.12.16 18
이전 1 ...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3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