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한 화기애애의 성을 쌓고 걷는 자들의
뒤에서 그들을 앞지를 수 없었다.
그들의 시종이 되어
작은 걸음을 옮기던 혼자를 기억한다.
혼자 서 있던 버스안,
무심한 사람들 사이에서
수형자처럼 부끄러운 손에 다른 손수갑을 채우고,
누군가의 무릎위 시집 한권에 서둘러 시선을 가두고
안도했던 혼자도 기억한다.
이제는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오래된 기도같은 혼자,
그 기도를 제복처럼 걸치고 사는 수사처럼
도리가 없어 보인다.
혼자라는 성체를 지키며 사는 수 밖에.
*글쓴이 노트
어쩌면 혼자는 평생 앓아야 하는 난치병일게다.
존재가 존재를 앓는 것을 탓해 무엇하랴.
푸른이마의 시절에는 육체를 힘들게 하며 정신을 쉬게 했는데,
육체가 여의치 않으니 투미한 정신이 신성처럼 선명한 순간에
자주 혼자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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