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장이 무너지게 불행하지도
않았던 내 삶이
저 만치 내려다 보이는
여기는 비행기 안.
다시 땅을 밟을 지
어쩌면 이대로 영영 불귀의 객이 될지도 모른다는 자발스러운 맘에 조바심 내는
여기는 비행기 안.
넋 놓고 졸다가
낯선 말로 뭐 마실래 하는 저승사자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 깨어,
이승 사람들을 바라보니
눈물겹게 반갑다.
우리가 만나는 어느 날.
제 눈가에 얼핏 물기가 보이고,
포옹한 팔에 힘이 들어 가 있거든,
비행기 여독이 덜 풀린 탓이려니
여기시기를.
*글쓴이 노트
친구 딸 결혼식 가는 비행기 안에서
몇자 적노라니
지상에서 와 달리 극적인 감정이 앞선다.
가뿐 숨을 참고 대남문을 지나 문수봉을 넘으며
나를 아프게 한 지인을 이해하기로 했듯이,
문수봉 몇 곱의 천상을 지나며
다가 올 상처들에 대한 백신을 맞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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