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 게시판에는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비방이나 험담은 자제 해주시기 바랍니다

천국/박서영

keyjohn2022.03.11 10:45조회 수 63댓글 6

    • 글자 크기
밤의 국도에서 고라니를 칠 뻔 했다
두 눈이 부딪혔을 때
나를 향해 오히려 미안한 표정을 짓던
고라니의 검고 큰 눈망울

오랫동안 그걸 잊지 못하고 있다

그날 이후 그 길을 지날 땐 자꾸 뭔가를 만지게 돼요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던 천국을 아직도
돌려주지 못하고 있어요
내가 갖고 있어요

천국은 한쪽 다리를 절뚝이며 사라졌지요
도리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옮긴이 노트
어디 천국이
서영 시인이 만난 '검은 고라니의 눈' 뿐이겠는가 !
우리 눈의 조리개를 조금 좁히고 숨을 잠깐 멈추면
천국은 어디에나 언제나 있다.
며칠을 찾던 등긁개를 입에 물고 온 고양이,
새벽 잠을 쫏아 내는 거위들의 짝짓기 아우성,
갈변하며 잎을 떨군 목련 잎을 치우면
연두색 염색하고 머리를 내미는 부추,
우유 반 잔 남긴 걸 알고도
잔소리를 참아주는 아내의 움찔하는 입술. . .

그리고 손님 없는 공허를
글 쓰는 짬으로 메꾸는 이 순간도 '천국' 아닐까?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6
  • 2022.3.11 11:06 댓글추천 0

    성경에 의하면 천국은 네 마음 안에 있다고 했지요.

    그래서인지 내 자신의 마음을 먼저 다스리면 편안해 지더라구요

  • 강창오님께
    keyjohn글쓴이
    2022.3.11 12:39 댓글추천 0

    그런데 내가 내 안의 천국을 놓치고 사는 시간이 많음에 문제가 있네요.

    봄 날씨가 내일부터 꽃샘 추위로 변할 것 같네요.

    환절기 건강 관리 잘 하시길 빕니다.

  • 2022.3.11 11:20 댓글추천 0

    사슴, 노루, 관리들의

    크고 동그란 눈망울이

    천국을 품은양 참으로

    선하게 보이지요.

    삼라만상의 외형은 천국

    내면은 지옥이라 생각이

    드네요.

    저가 아는 신학교수 왈

    천국은 장소의 개념이

    아니라 Situation이라

    하며 하나님의 통치가

    이루어지는 상태라는데

    통상 알고 있는 개념과는

    다른것 같아 어렵네요.

    늘 강건하시기 바랍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 이한기님께
    keyjohn글쓴이
    2022.3.11 12:42 댓글추천 0

    아 !

    생각해보니 사슴 그 친인척들이 유난히 눈망울이 깊고 선해 보이네요.

    개나리 꽃으로 제 동심을 돌이켜 준 덕분으로

    비교적 긴 천국을 품고 사는 하루가 되어서 감사드립니다.

  • 2022.3.12 07:22 댓글추천 0

    수시로 천국을 맞고 계시는군요

    오늘 저녁 추어탕을 사다가 연두색으로 염색된 그 부추를 듬뿍넣어서

    진한 맛 추어탕의 맛을 보며 천국을 느꼈습니다.

  • keyjohn글쓴이
    2022.3.12 16:15 댓글추천 0

    건강하신 비결 중 하나는

    다양한 먹거리를 드셔서 일거란 생각도 듭니다.


    저도 올해 첫 수확한 부추 무침을 먹고

    그 냄새를 살짝 미워하기도 했습니다 ㅎㅎ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3 웰빙 - 한 백양- : 신춘문예 - 시 [2024 신년기획] 관리자 2024.01.02 9
162 삼순이 - 정찬일- 관리자 2024.01.02 7
161 쉽게 쓰여진 시 - 윤동주- 관리자 2024.01.02 5
160 가을 무덤 祭亡妹歌(제망매가) - 기 형도- 관리자 2024.01.02 9
159 정거장에서의 충고 - 기 형도- 관리자 2024.01.02 11
158 입속의 검은 잎 - 기형도- 관리자 2024.01.02 9
157 엄마 걱정 - 기형도- 관리자 2024.01.02 8
156 질투는 나의 힘 - 기 형도- 관리자 2024.01.02 13
155 대학 시절 - 기 형도- 관리자 2024.01.02 8
154 빈 집 - 기형도- 관리자 2024.01.02 6
153 Happy Runner's Marathon Club 회원님들 관리자 2024.01.02 12
152 [디카시]나목 - 정성태 관리자 2024.01.01 3
151 [나의 현대사 보물] 김병익 평론가-‘우리 사회는 앞으로 어느 쪽을 지향해야 할 것인가’ 시대적 고민이 '문학과 지성' 으로 이어져 관리자 2024.01.01 18
150 그 사이에 - 정 현종- 관리자 2024.01.01 6
149 시간의 그늘 - 정 현종- 관리자 2024.01.01 7
148 풀 - 김 수영 관리자 2024.01.01 8
147 산정묘지山頂墓地 1- 조정권 관리자 2024.01.01 5
146 빈교행(貧交行)/두보(杜甫) 이한기 2023.12.29 63
145 간조 - 민구 시인- [책&생각] 세밑, 마흔살 시인의 이토록 투명한 청승 관리자 2023.12.22 10
144 평생 시인의 시집 한 권, ‘숨어 있는 향수’ 관리자 2023.12.22 10
이전 1 ...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31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