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석정헌
그지없이 외롭고
사위는 쥐 죽은 듯 고요한데
매 맞은 눈물처럼
소리없이 내리는 비는 한이 없구나
켜켜이 먼지처럼 쌓인 슬픔
의복처럼 걸치시고
억겁의 세월 속에
잠시 맺었던 인연 끊을 수 없어
기인 한숨 속 스르르 감으신 눈
비 오는 머나먼 저 길을
우장도 없이 떠나시며
남은 자손 못 미더워
가다 멈추고 가다 멈추고
굽이굽이 굽은길
몇 번이나 돌아 보셨을꼬
멈추지 않는 눈물 속에
하염없이 앉은 이 몸
가슴에만 남은 아버지
이불효를 어이 감당하고
그 빚을 어떻게 갚어라고
홀로 그렇게 떠나셨나요
어떻게도 할 수 없는 나는
다시 향을 사르고 머리 조아릴 뿐이다
삼베 거친 올 속으로 비는 거세게 파고들고
가슴은 횡하고 등짝은 왜 이리도 시린지
그저 흐느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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