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 게시판에는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비방이나 험담은 자제 해주시기 바랍니다

향수 - 정지용-

관리자2024.02.03 16:06조회 수 16댓글 0

    • 글자 크기

 

 

향수

 

-정 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석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7 밥풀 - 이 기인- 관리자 2023.12.17 13
176 제임스 조이스 첫 시집과 새 번역 '율리시스' 동시 출간 관리자 2023.12.16 13
175 이승하 시인의 ‘내가 읽은 이 시를’(333) 어느 어머니의 이야기―김일태의 「만다꼬」 관리자 2023.12.02 13
174 두 번은 없다 이한기 2024.07.01 12
173 김소월 진달래꽃 분석 총정리 : 관리자 2024.06.27 12
172 진달래꽃 김소월 관리자 2024.06.27 12
171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이한기 2024.06.26 12
170 델타항공이 띄우는 ‘애틀랜타’… 한국인 美 여행 ‘핫플’ 거듭나 관리자 2024.06.10 12
169 나그네 관리자 2024.05.30 12
168 오월 - 피 천득 관리자 2024.05.22 12
167 2024년 5월 11일 스와니서 아시안 문화축제 열려 관리자 2024.05.11 12
166 제1회 김재윤문학상 제정...제주 초·중학생 시(詩) 공모 관리자 2024.05.09 12
165 김지수 "멋진 질문을 필요없다" 관리자 2024.05.07 12
164 친구야 너는 아니? - 이 해인- 관리자 2024.04.16 12
163 낙화落花 / 조지훈 이한기 2024.04.08 12
162 Happy Easter Day! 관리자 2024.04.01 12
161 세상世上 이한기 2024.03.20 12
160 마음의 길 관리자 2024.03.14 12
159 우루과이의 한 교회당 벽에 적혀 있는 글 관리자 2024.03.03 12
158 그리움으로 피고, 지고.. 관리자 2024.02.09 12
이전 1 ...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31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