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T
석정헌
놀라 깨어난 새벽
하얀꽃잎 흔들고
비명처럼 어지러이
잿빛 허공을 지겹도록 가르던 비
어렵게 그치고
여명은
아직도 등 뒤에서
마른 가지를 잡고 바둥대고
숲속에 어른거리는 그림자 위로
높이 솟은 십자가
달빛에 반짝이는데
살아온 무게로 가라앉은 몰골
쉰머리 무기력한 육체
숨가쁘게 살아온 희한의 삶
한시간을 당긴 오늘
십자가 위로 뜬 둥근달
희한과 그리움에 지쳐 여진처럼 뛰는 가슴
덫난 상처 이를 악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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