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 게시판에는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비방이나 험담은 자제 해주시기 바랍니다

부부/문정희

keyjohn2022.03.18 06:32조회 수 74댓글 4

    • 글자 크기


부부란
무더운 여름밤 멀찍이 잠을 청하다가
어둠 속에서 앵하고 모기 소리가 들리면
순식간에 둘이 합세하여 모기를 잡는 사이이다.  

너무 많이 짜진 연고를 나누어 바르는 사이이다
남편이 턱에 바르고 남은 밥풀 꽃만 한 연고를
손끝에 들고
어디 나머지를 바를 만한 곳이 없나 찾고 있을 때  

아내가 주저 없이 치마를 걷고
배꼽 부근을 내어 미는 사이이다
그 자리를 문지르며 이달에 너무 많이 사용한
신용카드와 전기세를 문득 떠올리는 사이이다 

결혼은 사랑을 무효화시키는 긴 과정이지만
결혼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지만 

부부란 어떤 이름으로도 잴 수 없는
백 년이 지나도 남는 암각화처럼
그것이 풍화하는 긴 과정과
그 곁에 가뭇없이 피고 지는 풀꽃 더미를
풍경으로 거느린다 

나에게 남은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다가
네가 쥐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내 손을 한번 쓸쓸히 쥐었다 펴보는 그런 사이이다  

부부란 서로를 묶는 것이 쇠사슬인지
거미줄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묶여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느끼며
어린 새끼들을 유정하게 바라보는 그런 사이이다

 


*옮긴이 노트

하고 싶은 것을 내 멋대로 하지 못하는 이유가  

상대방 때문인 것 같아 불편할 때도 많았다.

살다 보니 

내 멋대로 해 낭패 본 일을 짧게 비난하고 

오래 참아 주며 해결을 도와 주는 그 사람이 있어 ,

마음 한구석에 화로를 품은 듯하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4
  • 2022.3.18 09:00 댓글추천 0

    십인십색十人十色!

    종우의 경우는

    오래 같이 살다 늙으니

    한 쪽은 만만한 ×××

    다른 한 쪽은 호랑이 보다 무서운 것!

    '눈치'라는 물고기 즉 '가자미'가 되었어! 

    잔소리하고, Stress받게하며,

    짜증나게 하는 성가신 존재!

    남자는 갈수록 부드러워 지는데

    여자는 갈수록 단단해 지니 신神의  

    섭리攝理?

    그것이 노년의 부부 상夫婦 像?

    십인십색十人十色이니 시비是非  

    걸지 마시기 바랍니다.


  • keyjohn글쓴이
    2022.3.18 09:24 댓글추천 0

    종우님 처럼

    자신의 부부관계를

    아내 우위로 묘사하는 경우, 실제로는

    그 반대인 경우를 수 차례 경험했습니다.

    양쪽의 힘의 균형이 많이 기우는 것은 

    그것이 사랑을 배경으로 한 것일 지라도

    그리 달갑지 않게 느껴집니다.


    어찌되었든

    부분적인 관찰이지만,

    최근 종우님의 모습은 '행복' 그 언저리에 머무는 듯해 보기에도 편안 합니다. 

    꾸준한 행복을 기원합니다.


  • 2022.3.18 09:48 댓글추천 0

    총무님, 골자를 다 집약하셨네요.

    근데 사람이 맞고 안맞고는 서로간의 chemistry 의 조합의 문제라네요.

    부부간에는 같이 오래 살다보니 어느정도 익숙해 맞쳐지긴 하는데 워낙 다른 chemistry 의 만남이라면???

    다 복불복인것 같습니다.


  • keyjohn글쓴이
    2022.3.18 10:18 댓글추천 0

    복불복 ㅎㅎ

    요즘 살아보고 결혼하는 것도 지적하신 그

    케미스트리와 맥을 같이 하는 세태인 듯 합니다. 행복 하세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84 걸림돌 - 공 광규- 관리자 2024.01.12 19
383 겨울비 내리는 애틀랜타에서 김태형 관리자 2024.04.08 8
382 [나태주의 풀꽃 편지] 오래 살아남기 위하여 관리자 2024.04.18 17
381 푸른 오월/노천명 이한기 2024.05.20 26
380 품위(品位) 이한기 2024.06.26 24
379 [정민우 칼럼]통찰(洞察)’의 시간 관리자 2024.07.19 2
378 당신이 원하신다면 - 기욤 아폴리네르- 관리자 2024.02.22 14
377 삶은 고해苦海 이한기 2024.03.06 36
376 밭고랑 위에서/김소월 이한기 2024.04.01 18
375 그대들이시여! (조선왕조실록 독후감) -아해 김태형- 관리자 2024.04.08 14
374 권오석 씨, 조지아대한체육회장 연임 관리자 2024.04.18 20
373 나라를 차지하는 다섯 가지 어려움(五難) 이한기 10 시간 전 2
372 익모초(益母草) 를 선물로 드립니다 관리자 2024.04.14 13
371 6월의 시 모음 관리자 2024.06.05 17
370 인생의 세 여유(三餘) 이한기 2024.03.25 38
369 아침/천상병 이한기 2024.06.20 26
368 조선초대석 - 박정환 전 플로리다 한인연합회장 관리자 2024.01.12 15
367 애너벨리 -애드가 알란 포우- 관리자 2024.02.03 9
366 오늘은 스승의 날, 교육감이 교사들에게 보낸 감동의 편지 관리자 2024.05.14 18
365 장수(長壽)와 요절(夭折) 관리자 2024.01.24 15
이전 1 ...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34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