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 게시판에는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비방이나 험담은 자제 해주시기 바랍니다

향수 - 정지용-

관리자2024.02.03 16:06조회 수 13댓글 0

    • 글자 크기

 

 

향수

 

-정 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석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53 47년 전통 이상문학상 운영사 바뀐다 관리자 2024.04.24 10
452 어머니에 관한 시 모음 2 관리자 2024.05.13 10
451 어머니에 관한 시 모음 3 관리자 2024.05.13 10
450 태권도 & K-Pop Festival 7년만에 재개 관리자 2024.05.28 10
449 현충일-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애국선열과 국군 장병들을 기억하겠습니다 관리자 2024.06.06 10
448 『농무』의 시인 고 신경림 “어허 달구 어허 달구 한 세월 장똘뱅이로 살았구나” [김용출의 문학삼매경] 관리자 2024.06.14 10
447 탈무드의 현명한 인생 처세술 관리자 2024.06.14 10
446 양대박 창의 종군일기 관리자 2024.06.16 10
445 자율주행차 양산나선 中… 美보다 먼저 상용화시대 연다[글로벌 리포트] 관리자 2024.06.16 10
444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이한기 2024.06.26 10
443 한국 역사의 숨은 진실 이한기 2024.06.26 10
442 The Longest Bridge in the U.S. 이한기 2024.07.06 10
441 일을 꾸미지 말라 이한기 2024.07.06 10
440 평생 시인의 시집 한 권, ‘숨어 있는 향수’ 관리자 2023.12.22 11
439 입속의 검은 잎 - 기형도- 관리자 2024.01.02 11
438 정거장에서의 충고 - 기 형도- 관리자 2024.01.02 11
437 배웅 - 노노족 김상호- 관리자 2024.01.08 11
436 My life has been the poem.... 관리자 2024.01.09 11
435 국수 - 백석- 관리자 2024.01.12 11
434 탈무드 인맥관리 17계명 관리자 2024.01.14 11
이전 1 ... 4 5 6 7 8 9 10 11 12 13... 31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