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 게시판에는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비방이나 험담은 자제 해주시기 바랍니다

시(詩), 그리고 무의식(無意識)

이한기2023.10.14 13:04조회 수 152댓글 0

    • 글자 크기

           시(詩), 그리고 무의식(無意識)

 

 자각몽(自覺夢, Lucid dream)에 대하여

생각한다.

꿈을 꾸면서 자신이 꿈을 꾼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두뇌작용이다. 자각몽은 꿈의

내용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는 특혜를 부여한다.

 

 시를 쓸 때도 그렇다. 자신이 시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면서도 자각몽

같은 시를 쓰는 버릇이 생긴다. 어렵지만 

재미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어도 모든

시인이 그러리라는 생각이다. 초현실적인

구절이 튀어나오기 일쑤다.

 

 현대시도 소설의 한 문단이나 유행가 구절

처럼 금방금방 머리에 쏙쏙 들어와야

한다는 생각에 빠진 사람들이 내 시가 

난해하다는 평을 내린다. 한 편의 시를

이해하는 것은 이상한 꿈을 이해하는 

것만큼 아리송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한 번 읽고나서 "네, 잘 알겠습니다", 혹은

"어머, 이 사 참 좋아요" 하며 말하고 난 후

얼른 잊히는 시를 쓰고 싶지 얺다.

 

 꿈도 시도 외래어나 사자성어가 판을 치지

않는 이상, 한 장면이나 단어 하나하나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구러나 장면과 장면

사이의 연결성, 한 구절과 다른 구절의

연관성이 비상식적인 경우가 빈번하다.

다큐 영화와 산문기사가 얼른 이해되는 

반면에 꿈과 시가 알쏭달쏭하게 다가오는 

차이점의 묘미가 여기에 있다.

 

 시에서 일어나는 응축현상이 시의 함축성을

높이며 지루한 설명을 거부한다. 시적 표현은 

늘 말을 바꿔함으로서 간접성의 부드러움을

시사한다.

 시인들이 자주 거론하는 '육화(肉化)'라는

느끼한 기법 또한 시 특유의 드라마를 창출

한다.

 

 꿈과 시는 무의식의 산물이다. 우리의 언어

구조 자체가 무의식을 닮았다는 프랑스의

정신분석가 '라캉'의 폭탄선언을 생각한다.

우리의 일상적인 대화조차 무의식의 소산

이라면 당신과 나는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이다.

 

           --서량(시인, 정신과 의사)--

 

<발췌한이 Note>

서량 시인의 "꿈, 시, 그리고 무의식"에서

발췌(拔萃)하였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81 걸림돌 - 공 광규- 관리자 2024.01.12 16
380 풀꽃 시인 부부 관리자 2024.01.14 16
379 새 - 천상병- 송원 2024.02.10 16
378 Monument Valley (Navajo Tribal Park) in Arizona/Utah , Arches National Park in Utah 관리자 2024.02.11 16
377 어머니 - 용혜원- 관리자 2024.02.19 16
376 백석 시 ‘흰 바람벽이 있어’ 바구지꽃의 정체는? [김민철의 꽃이야기] 관리자 2024.02.21 16
375 일본을 놀라게 한 아름다운 시 시바타 토요 - 약해 지지마- 관리자 2024.02.21 16
374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11] 꽃을 따르라 관리자 2024.03.20 16
373 처칠, 영국수상의 유머 관리자 2024.03.27 16
372 상선약수上善若水 이한기 2024.04.08 16
371 오늘은 스승의 날, 교육감이 교사들에게 보낸 감동의 편지 관리자 2024.05.14 16
370 “이게 월뭬만이에유~” 충청향우회 효도잔치 마련 관리자 2024.05.22 16
369 경제력은 군사력? 이한기 2024.06.26 16
368 진달래꽃 김소월 관리자 2024.06.27 16
367 내 어머니의 발 관리자 2023.12.04 17
366 질투는 나의 힘 - 기 형도- 관리자 2024.01.02 17
365 이런 사람 저런 사람 - 이해인- 관리자 2024.01.17 17
364 도서출판 문학공원, 김영수 시인의 ‘탐라의 하늘을 올려다보면’ 펴내 관리자 2024.01.29 17
363 [신간] 하상욱 단편시집 '서울 보통 시' 관리자 2024.01.31 17
362 새해 인사 - 나태주- 관리자 2024.02.11 17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32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