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고랑 위에서
김소월
우리 두 사람은
키 높이 가득 자란
보리 밭, 밭고랑 위에
앉았어라
일을 마치고 쉬는 동안의
기쁨이여
지금 두 사람 이야기에는
꽃이 필 때
오오 빛나는 태양은
내려 쪼이며
새 무리들도
즐거운 노래, 노래 불러라
오오 은혜여,
살아 있는 몸에는
넘치는 은혜여,
모든 은근스러움이
우리의 맘 속을
차지하여라
세계의 끝은 어디?
자애의 하늘은
넓게도 뎦였는데,
우리 두 사람은 일하며,
살아 있었어
하늘과 태양을
바라보아라
날마다 날마다도,
새라 새로운 환희를
지어내며,
늘 같은 땅 위에서
다시 한번 활기 있게
웃고 나서,
우리 두 사람은
바람에 일리우는
보리밭 속으로
호미 들고 들어 갔어라,
가지런히 걸어 나아가는
기쁨이여,
오오 생명의 향상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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