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을 그리며 / 한정오
님을 보내고 쌓이는 그리움에 눈물로 밤을 지새고
이른 새벽 창을 여니 아침을 이끄는 샛별 속에 님의 모습을 봅니다
가슴에 님을 묻고 1년이 흘렀건만 드리지 못한 아쉬움만 태산처럼 높습니다
몇 푼 용돈마저 당신 위해 쓰지 않고 모아 자손들 이름 빠짐없이 적어
연등에 올리고 무릎이 닳토록 기도하시던 모습 눈에 선합니다
매일 새벽 집 뒤 돌 제단에 정화수 올리고 자손과 가정 위해 빌고 빌던
그 사랑으로 우리는 포근히 새벽잠을 들었음을 기억합니다
업지 않으면 잠들지 않던 손자들이 아플 때
밤새 뜬눈으로 업고 잠을 재우던 그 정성 잊을까 두렵습니다
당신의 정성 헛되지 않아 그 열매들 세상을 밝히며 향기를
내뿜었으니 그 모든 영광 님의 제단에 바칩니다
하루는 길지만 일 년은 짧기만 한 노년의 삶이 님에게로
빨리 다가갈 희망으로 남습니다
님은 사랑이 자신의 희생 속에 핀 찬란한 빛임을 알게 해준
우리의 영원한 등불이었음을 잊지 않으렵니다
근심 걱정 없는 천국에서 안식할 거라는 확신하에서도 가슴에 접어둔
추억의 앨범들을 넘기며 멈추지 않는 피 같은 눈물방울 앨범 한켠에 새깁니다
님은 가셨으나 님은 변함없는 나의 기댈 큰 산이요
뛰어놀 수 있는 꽃밭이며 치칠 때 몸을 담글 맑은 시냇물입니다
그리움 가득담아 오늘 소찬에 약주 한잔 올리며
님과 함께하며 그 마음 평생 잊지 않으렵니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