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자식 결혼을 한국에서 시키려니
소식을 알릴 지인 숫자가 열손가락으로 충분한 것도
아들이 온라인으로 총을 사 숨겨놓은 걸
압수해 팔자에 없는 무기소지를 하게 된 것도
모두 미국에 사는 죄다.
북한의 ICBM실험 발사가 성공적이라는 쪽으로
여론이 정리되어 안보가 심상치 않은데,
추경을 놓고 여야가 극단으로 달리며
국회가 마비되어도 그리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FTA 협상이 재개된다면
한국과 미국 중 어느 쪽이 더 이문이 남는지,
나의 밥그릇과 부모형제의 밥그릇을 놓고
갈등하는 것 같아 명쾌한 논리가 서지 않는 것도
미국사는 죄다.
일년전 쯤, 한국에서 10년을 함께 보낸 직장동료가
"미국가도 살만 하냐"고 물었다.
"가져오는 돈에 따라 내 대답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어쩌면 그이는 나에게 감성적인 대답을 듣고 싶었을 수도 있다.
'향수병은 2년이면 극복되요'라든가,
'미국사람들과도 이웃이 되면 이래저래 섞이며 살만해요'라는 식의....
그러나 내 속물근성은
덜꺽 내 근처로 이사와 내 고요한 일상에 방해자가 되는 게 아닌가
하는 보호본능에
그의 도미 의지를 단칼에 잘라버리려 했던 것 같다.
한참 지나,
그의 부음을 들었다.
빚에 시달리다
자살했다는 ....
가슴이 철렁했다.
얼마간은 내가 그의 자살에 부추긴 것은 아닐까?
아니다,
그의 삶의 의지를 꺽어버린 죄에 더 가까운 것 같다.
혹시 지금 미국도 한국도 보이나요?
이제는 돈 없어도 고생없을 듯해요.
저 사는 이곳도 한 번 다녀가세요.
제가 아이들 내 보내고
텅빈 집에서 아내와 차를 마시면
옆에 빈 소파에 앉아 함께 TV도 보고
커피향도 함께 나눠요.
그리고 그 때,
"돈 걱정 말고 한번 다녀가세요"라고 못한 죄
용서하세요.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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