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 게시판에는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비방이나 험담은 자제 해주시기 바랍니다

어머니의 범종소리 - 최 동호- 2022년 정지용 문학상 수상

관리자2023.12.07 00:45조회 수 61댓글 0

    • 글자 크기

 

 

 

어머니의 범종소리

-  최동호 -


어린 시절 새벽마다 콩나물시루에서 물 내리는 소리를 들었다.
이웃집에 셋방살이하던 아주머니가 외아들 공부시키려 콩나물
키우던 물방울 소리가 얇은 벽 너머에서 기도소리처럼 들려왔다.

새벽마다 어린 우리들 잠 깨울까 봐 조심스럽게 연탄불 가는
소리도 들었다. 불을 꺼뜨리지 않고 단잠을 자게 지켜주시던,
일어나기 싫어 모르는 척하고 듣고 있던 어머니의 소리였다.

콩나물 장수 홀어머니 아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나는 모른다.
어머니 가시고 콩나물 물 내리는 새벽소리가 지나가면
불덩어리에서 연탄재 떼어내던 그 정성스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새벽잠 자주 깨는 요즈음 그 나지막한 소리들이 옛 기억에서
살아나와, 산사의 새벽 범종소리가 미약한 생명들을 보살피듯,
스산한 가슴속에 들어와 맴돌며 조용히 마음을 쓸어주고 간다.

 

****

 

2022년 정지용 문학상을 수상한 최동호 시인의 시입니다

 

 

2023년 12월 6일 수요일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2 102세 美참전용사,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식 참석 길에 숨져 관리자 2024.06.07 21
81 나 하나 꽃피어 조 동화 관리자 2024.07.24 2
80 포인트는, 요강과 머슴에 있지 않다!! Jenny 2017.11.22 91
79 잠언(箴言) 이한기 2024.05.08 24
78 어머니가 그립습니다 관리자 2024.05.11 18
77 친구야 너는 아니? - 이 해인- 관리자 2024.04.16 15
76 늙어가는 모든 존재는 모두 비가 샌다 송원 2023.12.03 12
75 인생찬가 - 롱 펠로우- 관리자 2024.02.26 34
74 아내가 지킨 수첩에서 46년 만에...박목월 미발표 시 166편 공개됐다 관리자 2024.03.13 7
73 4월의 환희 - 이 해인- 관리자 2024.04.11 12
72 시를 쓰는 바보 이한기 2024.06.26 17
71 명장(名將) 일별(一瞥)(2) 이한기 2023.12.02 52
70 외명부(外命婦) 이한기 2023.12.06 76
69 할매 언니들이 꽉 안아줬다…불타고, 맞고, 으깨진 시인의 세상을 관리자 2024.01.27 17
68 어느 95세 노인의 수기 이한기 2024.06.15 31
67 일을 꾸미지 말라 이한기 2024.07.06 35
66 탈무드 인맥관리 17계명 관리자 2024.01.14 13
65 분양 받으신 약초중 이외순 문우님 과 장붕익 문우님의 약초 상황입니다 관리자 2024.04.29 13
64 민들레 홀씨 / 조광현 이한기 2024.04.04 20
63 하버드 대학 (Harvard University 관리자 2024.05.17 16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