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 게시판에는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비방이나 험담은 자제 해주시기 바랍니다

봄이 오면 - 이 해인-

관리자2024.03.24 22:13조회 수 7댓글 0

    • 글자 크기

 

 

 

봄이 오면

 

-이 해인-

 

   

    봄이 오면 나는 

풀향기 가득한 잔디밭에서...

 

봄이 오면 나는 활짝 피어나기 전에

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 꽃나무들 옆에서 

덩달아 봄앓이를 하고 싶다.

 

살아 있음의 향기를 온몸으로 피워 올리는 

꽃나무와 함께 

나도 기쁨의 잔기침을 하며 

조용히 깨어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햇볕이 잘 드는 안뜰에 

작은 꽃밭을 일구어 꽃씨를 뿌리고 싶다.

 

손에 쥐면 금방 날아갈 듯한 

가벼운 꽃씨들을 조심스레 다루면서 

흙냄새 가득한 꽃밭에 

고운 마음으로 고운 꽃씨를 뿌리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매일 새소리를 듣고 싶다. 

산에서, 바다에서, 

정원에서 고운 목청 돋우는 

새들의 지저귐으로 

봄을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

나는 새들의 이야기를 해독해서 밝고 맑은 

시를 쓰는 새의 시인이 되고 싶다,

 

바쁘고 힘든 삶의 무게에도 짓눌리지 않고 

가볍게 날아다닐 수 있는 자유의 은빛 

날개 하나를 내 영혼에 달아주고 싶다.

 

봄이 오면 조금은 들뜨게 되는

마음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더욱

기쁘고 명랑하게 노래하는새가 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이슬비를 맞고 싶다. 

어릴 적에 항상 우산을 함께 쓰고 다니던 

소꼽동무를 불러내어 나란이 봄비를 맞으며 

봄비 같은 이야기를 속삭이고 싶다.

 

꽃과 나무에 생기를 더해주고 

아기의 미소처럼 

사랑스럽게 내 마음에 내리는 봄비, 

누가 내게 봄에 낳은 여자 아이의 

이름을 지어 달라고 하면 

서슴없이 '봄비' '단비'라고 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풀향기 가득한 잔디밭에서

어린 시절 즐겨 부르던 동요를 부르며

흰구름과 나비를 바라보는 

아이가 되고 싶다.

 

함께 산나물을 캐러 다니던 

동무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고, 

친하면서도 가끔은 꽃샘바람 같은 

질투의 눈길을 보내 오던 소녀시절의 

친구들도 보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우체국에 가서 

새 우표를 사고

답장을 미루어 둔 친구에게 

다만 몇 줄이라도 

진달래 빛 사연을 적어 보내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모양이 예쁜 바구니를 모으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솔방울, 도토리, 

조가비, 리본, 

읽다가 만 책, 바구니에 담을 꽃과 사탕과 부활달걀,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선물들을 정성껏 준비하며 

바쁘고도 기쁜 새봄을 맞고 싶다.

 

사계절이 다 좋지만 봄에는 

꽃들이 너무 많아 

어지럼증이 나고 마음이 모아지지 않아 봄은 힘들다고 말했던 나도 

이젠 갈수록 봄이 좋아지고 

나이를 먹어도 첫사랑에 눈뜬 소녀처럼 가슴이 설렌다. 

 

봄이 오면 나는 물방울 무늬의 

옆치마를 입고 싶다.

 

유리창을 맑게 닦아 하늘과 나무가 

잘 보이게 하고 

또 하나의 창문을 마음에 달고 싶다. 

먼지를 털어낸 나의 창가엔 

내가 좋아하는 화가가 그린 꽃밭,

구름 연못을 걸어 두고, 

구석진 자리 한곳에는 

앙증스런 꽃삽도 한 개 걸어 두었다가 

꽃밭을 손질할 때 들고 나가야겠다.

 

조그만 꽃삽을 들고 

꽃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그 아름다운 음성에 귀를 기울이노라면 

나는 멀리 봄나들이를 떠나지 않고서도 

행복한 꽃 마음의 여인 부드럽고 따뜻한 

봄 마음의 여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 이해인님의 글에서 - 

 

             

        봄이 와서 좋으신가요?

 

                그럼 그건...

 

        따뜻한 그대 때문일거예요.^^

 

 

2024년 3월 24일 주일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33 문예감성이 배출한 김봄서 시인 파키스탄 진출 관리자 2024.02.21 8
532 마음에 사랑이 넘치면 - 이 해인- 관리자 2024.02.21 8
531 봄이오는 길목에서 - 이 해인- 관리자 2024.03.04 8
530 손흥민, 애스턴 빌라전 1골2도움…8시즌 연속 공격포인트 20개 돌파 관리자 2024.03.10 8
529 NYT 이어 美비평가도 격찬한 한국詩 대모 김혜순 작가 관리자 2024.03.24 8
528 [축시] 촛불잔치 -박달 강희종- 관리자 2024.04.04 8
527 아무 꽃 - 박 재하- 관리자 2024.04.08 8
526 겨울비 내리는 애틀랜타에서 김태형 관리자 2024.04.08 8
525 할미꽃 (白頭翁) 관리자 2024.04.10 8
524 [태평로] 김혜순 시인이 세계에 쏘아 올린 한국詩 관리자 2024.04.10 8
523 지갑속에 담긴 사랑 관리자 2024.04.18 8
522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명시 백선 관리자 2024.04.18 8
521 4월의 노래 - 박 목월- 관리자 2024.04.22 8
520 사랑에 답함 - 나태주 관리자 2024.04.23 8
519 “이게 월뭬만이에유~” 충청향우회 효도잔치 마련 관리자 2024.05.22 8
518 오월 - 피 천득 관리자 2024.05.22 8
517 동방의 등불 -타고르- 관리자 2024.06.06 8
516 늙어가는 모든 존재는 모두 비가 샌다 송원 2023.12.03 9
515 대학 시절 - 기 형도- 관리자 2024.01.02 9
514 삼순이 - 정찬일- 관리자 2024.01.02 9
이전 1 2 3 4 5 6 7 8 9 10... 31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