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 게시판에는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비방이나 험담은 자제 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물녘/박정원

이한기2024.02.15 10:15조회 수 36추천 수 1댓글 0

    • 글자 크기

               

 

 

 저물녘

 

박정원

 

아름다워라, 상큼한 낙엽내음도 

수미산으로 퇴근하는 새소리도 

나를 에워싼 어둠마저도

다 품고 살면서 

괜찮은 척 모르는 척 지낼 순 없나

입을 잠시도 놔두지 않는 물비늘아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고 가는 강물아

여전히 내 속을 베어가는 구나

기왕이면 품위 있게 깨져라 터져라 

멈추지 말고 뒤돌아보지 마라

강물은 강물답게 노을은 노을답게 

물속에서 산수화를 치다가 

서산 정수리에서부터

까맣게 메워오는 붓 한 자루

미안하다 

제대로 그리지 못해 더욱 눈부신

아름다움에게

울음을 울음답게 터치 못해

더욱 서글픈 슬픔에게

같은 허공 같은 세대에 태어나

갖은 풍파를 겪는 사람들에게

평등하다지만 평등하지 않은

인생에게 오지 않을 듯 갔다가 다시

오는 태양에게.

 

   

      *2023년 <한국작가회의>

                  연간 시집.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1 My life has been the poem.... 관리자 2024.01.09 10
170 문인과의 차 한 잔 ⑤ ‘불가능’의 詩學을 탐구하는 시인 이성복 관리자 2024.01.02 10
169 가을 무덤 祭亡妹歌(제망매가) - 기 형도- 관리자 2024.01.02 10
168 입속의 검은 잎 - 기형도- 관리자 2024.01.02 10
167 간조 - 민구 시인- [책&생각] 세밑, 마흔살 시인의 이토록 투명한 청승 관리자 2023.12.22 10
166 12월엔.... 송원 2023.12.21 10
165 악의 평범성/지은경 이한기 2024.07.02 9
164 탈무드의 현명한 인생 처세술 관리자 2024.06.14 9
163 현충일-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애국선열과 국군 장병들을 기억하겠습니다 관리자 2024.06.06 9
162 트바로티 김호중이 수감된 구치소에서 매일 아침 일어나는 일 관리자 2024.05.30 9
161 어머니에 관한 시 모음 2 관리자 2024.05.13 9
160 '오씨 집안에 시집간 딸에게 시를 보내다 관리자 2024.05.05 9
159 쑥스러운 봄 - 김병중- 관리자 2024.05.03 9
158 [나태주의 풀꽃 편지] 오래 살아남기 위하여 관리자 2024.04.18 9
157 친구야 너는 아니? - 이 해인- 관리자 2024.04.16 9
156 인정人情/왕유王維 이한기 2024.04.07 9
155 우루과이의 한 교회당 벽에 적혀 있는 글 관리자 2024.03.03 9
154 어머니 - 용혜원- 관리자 2024.02.19 9
153 새 - 천상병- 송원 2024.02.10 9
152 그리움으로 피고, 지고.. 관리자 2024.02.09 9
이전 1 ...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31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