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 게시판에는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비방이나 험담은 자제 해주시기 바랍니다

향수 - 정지용-

관리자2024.02.03 16:06조회 수 9댓글 0

    • 글자 크기

 

 

향수

 

-정 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석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6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나태주 시인의 '풀꽃'은 밤 두톨에서 영글었다 관리자 2024.01.16 9
205 1 월 관리자 2024.01.16 12
204 여기있다 - 맹재범 : 한겨울 냉면집에서 시를 썼다···2024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자들 관리자 2024.01.15 12
203 풀꽃 1, 외 - 나태주 시인 관리자 2024.01.14 18
202 중요(重要)한 것 이한기 2024.01.14 29
201 갑진년 서두 시-희망에는 신의 물방울이 들어있다, 문의 마을에 가서, 여름 가고 여름 관리자 2024.01.14 9
200 탈무드 인맥관리 17계명 관리자 2024.01.14 11
199 풀꽃 시인 부부 관리자 2024.01.14 16
198 제임스 조이스 연구 개척한 원로 영문학자 김종건 고대 명예교수 영면 관리자 2024.01.14 6
197 행복한 존재 - 김 은주- 관리자 2024.01.13 6
196 경쟁(競爭)?, 교감(交感)? 이한기 2024.01.12 23
195 조선초대석 - 박정환 전 플로리다 한인연합회장 관리자 2024.01.12 14
194 걸림돌 - 공 광규- 관리자 2024.01.12 13
193 떠도는 자의 노래 - 신 경림- 관리자 2024.01.12 7
192 칼 국수 - 김 종재 - 관리자 2024.01.12 5
191 평상이 있는 국수 집 - 문태준- 관리자 2024.01.12 12
190 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 관리자 2024.01.12 5
189 국수 - 백석- 관리자 2024.01.12 10
188 2024 경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시 - 솟아오른 지하 황주현 관리자 2024.01.11 13
187 개여울 - 김 소월 관리자 2024.01.11 14
이전 1 ...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31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