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조동안
떨어지는 석양에 마음이 끌리고,
갓 돋은 새싹으로 봄을 즐기려 할 때
다른 하늘이 날 부르고 있습니다
고국으로부터
산불 소식이 들려 왔습니다
들끓는 화염속에
타들어가는 것은 나무뿐이 아니었습니다
수대를 이어 왔던 터전이
평생을 일궜던 삶이 한순간 잿더미되어 갈 때
회색빛 세상으로 흩어지는 작은 불씨같이
아무것도 못하고 잠깐 밝았다 사라졌어요
눈물도 의미가 없어
허탈해지는 가슴으로 떨어지는 절망은
다가오는 삶을 두렵게합니다
거꾸로 가버린 시간처럼
모두 가져가려면 세월도 가져가지
찬서리 가득한 힘없는 거죽떼기만
달랑 남겨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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