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5
석정헌
혼신을 다해 꺽이지 않겠다고
버티던 삶
이제 그리움 조차 눈썹처럼 자라고
겁이난다
아내가 끓여준 미역국을
멍하니 내려다 보며
몇번을 더 먹을 수 있을까
이생각 저생각 입맛이 쓰다
미역국 많이 먹으면
젖 불어 터진다는 싱거운 소리
힘없이 웃고 말았다
계절은 어김없어
허무로 우울을 보태는
가을은 쏟아지고
숲속의 나무들
점점 푸른빛을 잃어가고
소솔한 바람 함께 누렇게 변한다
어제 까지 푸르던 잡초 조차
끝이 마르고 힘이 없다
해바라기 뽑아낸 자리 움푹 패였지만
몇 계절이 지나면
다시 푸른 싹을 티워
장대한 몸통 큰 이파리
누런 이빨의 둥근 얼굴로
태양을 마주하며 히죽거리겠지만
시든 나는
푸른 기원으로나 남으려나
괜히 심술이나
죄없는 시든 잡초 뽑아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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