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 게시판에는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비방이나 험담은 자제 해주시기 바랍니다

2024 경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시 - 솟아오른 지하 황주현

관리자2024.01.11 19:56조회 수 15추천 수 1댓글 0

    • 글자 크기

 

 

 

 

https://www.ks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988691

기사 원문을 읽으시기 원하시는 분은 위의 링크를 클릭한 후

읽으실 수 있습니다

 

 

 

솟아오른 지하

 

- 황주현-

 

몇 겹 속에 갇히면
그곳이 지하가 된다

4시 25분의 지상이 감쪽같이 4시 26분의 지하에

세상의 빛을 넘겨주는 일,

언제부터 서서히 시작되었을까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아주 천천히

지상의 지하화가 도모되었을까

땅을 판 적도 없는데

다급한 말소리들은 지표면 위쪽에들 있다

조금 전의 당신의 양손과 두 볼이,

주름의 표정과 웃음이,

켜켜이 쌓인 말들이 들춰지고 있다

기억과 어둠이 뒤섞인 지상은

점점 잠의 늪으로 빠져드는데

누구도 이 어둠의 깊이를 짐작할 수 없다

몸이 몸을 옥죄고 있다

칠 층이 무너지고 십오 층이 무너졌다

그 사이 부서진 시멘트는 더 단단해지고

켜켜이 쌓인 흙은 견고하게 다져졌다

빠져나가지 못한 시간이 꽁꽁 얼어붙는 사이

아침과 몇 날의 밤이 또 덮쳤다

이 깊이 솟아오른 지하엔

창문들과 쏟아진 화분과

가느다랗게 들리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뒤섞여 있다

뿔뿔이 서 있던 것들이 무너지며 모두 하나로 엉킨다

이 한 덩어리의 잔해들은 견고한 주택일까

무너진 태양은 나보다 위쪽에 있을까

부서진 낮달은 나보다 아래쪽에 있을지 몰라

공전과 자전의 약속은 과연 지금도 유효할까?

왁자지껄한 말소리들이 하나둘 치워지고

엉킨 시간을 걷어내고 고요 밖으로 걸어 나가고 싶은데

백날의 잔해가 있고 몸이 몸을 돌아눕지 못한다

검은 지구 한 귀퉁이를 견디는 맨몸들,
층층이 솟아오르고 있다

 

 

 

2024년 1월 11일 목요일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65 하여가 - 이 방원- & 단심가 -정몽주- 관리자 2024.02.12 18
264 새해 인사 - 나태주- 관리자 2024.02.11 18
263 [신간] 하상욱 단편시집 '서울 보통 시' 관리자 2024.01.31 18
262 평상이 있는 국수 집 - 문태준- 관리자 2024.01.12 18
261 진달래꽃 김소월 관리자 2024.06.27 17
260 양대박 창의 종군일기 관리자 2024.06.16 17
259 마지막 5분 이한기 2024.06.25 17
258 델타항공이 띄우는 ‘애틀랜타’… 한국인 美 여행 ‘핫플’ 거듭나 관리자 2024.06.10 17
257 102세 美참전용사,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식 참석 길에 숨져 관리자 2024.06.07 17
256 트바로티 김호중이 수감된 구치소에서 매일 아침 일어나는 일 관리자 2024.05.30 17
255 웃음의 힘 관리자 2024.05.28 17
254 어머니에 관한 시 모음 2 관리자 2024.05.13 17
253 어머니가 그립습니다 관리자 2024.05.11 17
252 47년 전통 이상문학상 운영사 바뀐다 관리자 2024.04.24 17
251 불의의 재물로 친구를 사귀라 이한기 2024.04.23 17
250 봄꽃을 보니 - 김 시천- 관리자 2024.04.20 17
249 상선약수上善若水 이한기 2024.04.08 17
248 이승만 건국대통령 기념 사업회 애틀랜타 지회 - 건국 전쟁 영화 감상문 알림 관리자 2024.04.01 17
247 밭고랑 위에서/김소월 이한기 2024.04.01 17
246 꼭 이겨야 되는 싸움 5가지 이한기 2024.03.14 17
이전 1 ...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32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