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일 때는 내일을 기다렸다.
내일이 오면,
자전거도 사서 탈 것이다.
바닥이 두꺼운 운동화도 신을 것이며,
새초롬한 옆반 아이랑
영화도 보러갈 것을 꿈꾸기도 했었지.
항상 이루어지지 않는 꿈으로
여물지 않은 가슴 한켠은 헐렁했었다.
오십 문턱을 한참 지난 지금,
자전거보다 근사한 차도 있고
옷색에 맞는 구두도 여러켤레 가졌다.
나와 어울리는 사람과
부부로 살고 있는 지금은
자꾸 어제를 되새김질 한다.
지난 날에 집착하는 일은
회한과 이루지 못한 소망들로 인해
역시 가슴을 저리게 한다.
과거 때문에 한숨쉬며
미이라 같은 싸늘한 기억을
더듬는 오십대는 사양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두고
우려하고
혹은 백일몽에 들떠있는
몽상가는 때려 치우자.
오늘을 살자.
오늘치 햇빛으로 살갗을
살찌우고,
오늘치 달빛으로
영혼을 명상케 하자.
오늘치 바람으로
시름을 잠재우고,
오늘치 커피로
맥박이 혈관속을
요통치게 하자.
그리고
오늘 만나는 사람들과의 사교에
정성을 다하기로 하자.
살가운 애인과
사랑을 속삭이는 놈팽이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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