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안타까운 나이 서른 셋에,
예수는 목숨을,
내 어머니는 남편을 잃었다.
덩그러니 남겨진 어머니는
하염없이 '동백 아가씨'를 불렀고,
동백 아가씨 가슴에 빨간 멍이 들었지만
어머니 입술에 더 이상 빨강 루즈는 볼 수 없었다.
남편이 남기고 간 십자가까지 이고 지고
세상 속을 골고다 언덕 삼아 터벅 거리던 어머니는,
뿔뿔히 제 갈 길로 간 자식들 뒤에
덩그러니 남았다.
일용할 양식 걱정 자리에
자식 걱정을 끌어 안고 사는 어머니 곁에는 여전히
쉰 목소리의 '동백 아가씨'만 남아 있다.
덩그러니.
*글쓴이 노트
아버지에 대한 기억의 부재는 무례한 불구의 추억을 낳는 것인지
아버지 날에도 어머니만 추억하는 자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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