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성수
- 시인
- 1982년 도미
- 월간 한비 문학 신인상 수상
- 애틀랜타 문학회 전 회장

노숙자 2

석정헌2016.07.08 10:37조회 수 36댓글 3

    • 글자 크기


     노숙자 2


          석정헌


극장 철제 비상계단 아래

자그마한 공간

의지도 있어 비도 피할 수 있고

북향이라 뜨거운 햇볕도 건너가고

누가 자리 잡을려나 궁금 했는데


뚜꺼운 겨울옷 차림 이지만

깨끗이 다듬은 수염과 머리

큼지막한 가방하나 들고

강아지 한마리와 자리를 잡았다


가계문을 밀고서서 배가 고프다길래

밥을 사먹는다는 다짐을 받고 돈을 주었다

가방은 두고 강아지와 같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손에든 자그마한 누런 종이봉투

아마 술일 것이다

한번 마시고 멍하니 하늘 보고

머리 끄득이고

또 한번 마시고 고개 숙여

강아지에게 뭐라고 중얼거리고

이제 고개 한껏 젖혀

한참을 그렇게 있는 것을 보니

마지막 한방울 까지 다 마신 모양이다


벽에 기대어 눈 지긋이 감고

두다리 쭉뻗은 지극히 편안한 자세

얼굴엔 무엇인지 모를 희열이 나타나고

뼈다귀 핥고 있는 강아지를 

쓰다듬고 있는 손은 창백하도록 하얗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3
  • 저도 이런 사람들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한적이 많은데

    글에 저의 감정이 많이 개입하더라구요


    선배님은

    그런 측면이 없어서

    독자들이 느끼고 생각하게 하는 점이

    좋네요

    "뼈를 핥는 강아지

    그 강아지 쓰다드듬는 손"

    선명한 그림이 그려지며

    삶이 고단함 그 이상이 전해지네요


  • 석정헌글쓴이
    2016.7.12 10:44 댓글추천 0비추천 0

    오늘도 가방은 있는데 사람과 강아지는 보이지 않네요

  • 석정헌글쓴이
    2016.7.12 11:07 댓글추천 0비추천 0

    역시 봉투 하나 들고 그림자 아래에서 스르르 녹아 들고 있네요

    힘든 세파를 술 한모금 넘기고 만족해하는  표정 

    여러가지를 생각케하는 이웃이네요 

    내가 철학자가 된 것 같네요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869 해바라기 62 2019.08.30 33
868 해바라기 52 2019.08.29 25
867 해바라기 4 2019.08.28 31
866 해바라기 3 2019.08.27 25
865 해바라기 2 2019.08.20 28
864 해바라기 2015.07.17 16
863 해바라기 2019.08.19 34
862 함께 있으매 2015.03.19 8
861 함께 울어줄 세월이라도 2015.02.22 31
860 한심할뿐이다 2023.08.05 37
859 한갑자 2016.04.18 106
858 하현달 그리고 2022.05.03 24
857 하하하 무소유 2018.08.10 47
856 하하하 2015.12.11 19
855 하지 2016.06.22 306
854 하이랜드2 2022.04.30 25
853 하얀 석양 2015.04.16 69
852 하얀 달빛 아래 2016.06.21 117
851 하얀 겨울에도 나무는 불신의 벽을 허문다 2018.01.17 32
850 하루2 2019.05.22 44
이전 1 2 3 4 5 6 7 8 9 10... 47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