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움에
석정헌
햇볕이 흘러들어
꽃망울 꺼풀들이 두터운 옷을 벗고
계절을 활짝 피우지만
죄많은 짐승처럼
살아온 슬픈 사랑은
삼사월 기나긴 봄날에
아름다운 목련 꽃잎 떨어지 듯 부끄럽구나
말없이 지나온
무엔가에 빼았낀 것 같은 사랑
처절한 괴로움에 눈 감고 도사려 앉았다가
봄을 흠뻑 머금은
퍼지는 햇빛을 두손 들어 가리고
흩어진 조각이나마 눈물 섞어 주워 모아
꼭 있을 건만 같은 그기에
하얀 백목련 보다 싸늘한 가슴
까만 눈에 맺힌 괴로운 눈물은
일그러진 얼굴 이나마 들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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