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석정헌
전생이 아마 바람이던 게야
들찔레처럼
쑥대밭처럼 살다
다시 찾은 봉평장
둥근 보름달에 내린
하얀 메밀꽃
아무 것도 받아 들일게 없는 꽃들은
연인의 손길에 옷을 벗고
마냥 흔들릴 뿐이다
고삐 잡은 허생원
가는 길을 바라보며
물방앗간을 그린다
나귀 방울 소리에 놀라
밤마실 나온 까투리 후두둑 날고
상념을 털어낸 허생원 눈앞이 침침하다
얼마나 큰 슬픔으로 태어났기에
그리운 마음이 아득하기만한 가슴
짓무른 눈에 흔들리는
하얀메밀꽃
그날의 물방앗간
멀리 보이는 늙은 소나무
하얀 달빛에 가지도 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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