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 게시판에는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비방이나 험담은 자제 해주시기 바랍니다

가시/정호승

이한기2024.06.09 14:03조회 수 32댓글 0

    • 글자 크기

         가시 / 정호승 

 

지은 죄가  많아 

흠뻑 비를 맞고 봉은사에

갔더니

내 몸에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손등에는 채송화가

무릎에는 제비꽃이

피어나기 시작하더니

야윈 내 젖가슴에는

장미가 피어나

뚝뚝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에

가시가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토록 가시 많은 나무에

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고 생각하라고

 

장미는 꽃에서

향기가 나는 게 아니라

가시에서 향기가 나는 

것이라고

가장 날카로운 가시에서

가장 멀리 가는

향기가 난다고

 

장미는 시들지도 않고

자꾸자꾸 피어나

 

나는 봉은사 대웅전

처마 밑에 앉아

평생토록 내 가슴에

피눈물을 흘리게 한

가시를 힘껏 뽑아내려고

하다가 슬며시 그만두었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6 유은희 시 ‘밥’ < 문태준의 詩 이야기 > 관리자 2024.06.16 16
205 [조선일보] 글쓰기 구성 전략 '기승전결' 관리자 2019.06.28 457
204 [나의 현대사 보물] 김병익 평론가-‘우리 사회는 앞으로 어느 쪽을 지향해야 할 것인가’ 시대적 고민이 '문학과 지성' 으로 이어져 관리자 2024.01.01 21
203 국가유공자와 기타 유공자 이한기 13 시간 전 4
202 내명부(內命婦) 이한기 2023.12.05 91
201 사랑굿 - 김초혜 관리자 2024.06.16 15
200 춘산야월(春山夜月) 이한기 2023.10.28 61
199 [디카시]나목 - 정성태 관리자 2024.01.01 9
198 상선약수上善若水 이한기 2024.04.08 18
197 6월에 꿈꾸는 사랑 - 이채- 관리자 2024.06.16 30
196 비 오는 날 초당에서 낮잠 자면서 이한기 2024.07.08 21
195 속담(俗談) 이한기 2024.06.13 35
194 침몰 직전 타이타닉호의 위대한 사랑이야기 관리자 2024.06.16 51
193 시(詩), 그리고 무의식(無意識) 이한기 2023.10.14 156
192 방송중학교 다니며 시집 펴낸 팔순 할머니 “황혼길 아름답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관리자 2024.01.10 10
191 희망가 - 문병란- 관리자 2024.01.31 17
190 감상문感想文 이한기 2024.03.24 76
189 할미꽃 (白頭翁) 관리자 2024.04.10 10
188 Happy Father's Day - Happy Runners Marathon Club 061624 관리자 2024.06.16 11
187 진 달래꽃 - 김 소월- 관리자 2024.01.26 8
이전 1 ...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