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를 벗기며
배형준
첩첩산중
여인네 속마음 같은 양파
총주방장
다민족 어우러진 주방에서
요리사 모아 칠첩반상 차려놓고
아침조회 시작하네
신참인 페드로는
죽음의 사막을 10박 11일 동안
물통 하나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살아왔으니
어서어서 자라주고
삼 년차 상하이는
신참을 양파 볶듯 달달 말고
세상사 돌고돌게
산해진미를 불쇼로 보여주고
사 년차 사토는
속마음 겉마음을 알 수 없으니
탕인지 찌게인지 확실하게 만들고
오 년차 밀라노는
올리브오일을 많이 넣어
혈기왕성해 다혈질이니
인생을 파스타처럼 길게 요리하고
육 년차 파리는
예술가는 배가 고파야 한다는 건 이해하나
허기진 마음 달랠 수 있게 풍족하게 담아주고
여러 민족들 평화로운 세상이 되게
마음의 상처 감싸 안은 걷껍질인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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